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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포스터

2020년 개봉한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한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주는 범죄 스릴러 영화다. 일본 작가 소네 케이스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김용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정우성, 전도연, 배성우, 정만식, 신현빈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몰입도를 높였다. 이 영화는 돈가방을 둘러싸고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욕망과 배신, 그리고 파멸을 그린다. 영화는 비선형적 서사를 사용해 인물들의 관계를 퍼즐처럼 맞춰가며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개봉 당시 탄탄한 스토리와 감각적인 연출로 호평을 받았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흥행에는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재조명되고 있으며, OTT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관객층을 만나고 있다. 이번 리뷰에서는 이 영화의 줄거리, 캐릭터 분석, 그리고 연출적 특징을 깊이 있게 살펴보려 한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줄거리와 구성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다층적인 구조를 가진 범죄 스릴러다. 영화는 여러 인물들의 시점을 교차시키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비선형적 서사 방식을 택했다. 처음에는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하나의 거대한 사건으로 연결된다. 이러한 구조는 관객들에게 단순히 사건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퍼즐을 맞추듯 이야기를 이해하도록 만든다. 영화는 한 남자가 공항에서 거액의 돈가방을 발견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어지는 이야기에서는 빚더미에 앉은 태영, 폭력 남편에게 시달리는 미란, 경찰 두만, 그리고 과거를 숨긴 연희 등 서로 다른 인물들이 등장하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처음에는 별개의 사건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이 모두 돈가방을 중심으로 얽혀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사건이 시간순으로 전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영화는 인과관계에 따라 사건이 순차적으로 진행되지만, 이 영화는 특정 인물의 시점에서 사건을 보여주고, 다른 장면에서 같은 사건을 또 다른 인물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이야기의 전체적인 퍼즐을 맞춰가며, 영화가 끝난 후에도 깊은 여운을 느끼게 된다. 비선형적 서사의 또 다른 장점은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있다. 영화 초반부에서는 단편적인 정보만 제공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건의 전말이 점차 드러난다. 이러한 구성은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영화에 몰입하도록 만들며,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특히, 중반부 이후부터는 예상치 못한 반전들이 이어지며 영화의 몰입도를 극대화한다. 또한, 영화는 각 인물의 시점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면서도 중복된 느낌을 주지 않도록 세밀하게 연출되었다. 같은 사건이라도 인물마다 다르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표현하는 방식 또한 다르다. 예를 들어, 태영이 돈가방을 발견하는 장면은 긴박한 음악과 함께 빠르게 전개되지만, 같은 사건을 두만의 시점에서 보면 보다 느릿한 호흡으로 묘사되며 사건의 배경을 설명하는 데 집중한다. 이런 차이를 통해 영화는 단순한 스릴러가 아닌 인간 심리를 탐구하는 서사 구조를 구축했다. 영화가 던지는 가장 큰 질문 중 하나는 "인간은 위기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가?"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극한의 상황에 몰려 있으며, 돈가방은 이들에게 유일한 탈출구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돈가방을 손에 넣으려는 순간부터 그들은 더욱 큰 위험에 빠지게 된다. 영화는 이를 통해 인간이 생존을 위해 도덕성을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며, 단순한 선악 구도를 넘어 현실적인 인물들의 선택을 조명한다. 또한, 영화 속 캐릭터들은 단순한 악인이 아니다. 그들은 저마다의 사연과 이유가 있으며, 관객들은 이들의 행동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태영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돈을 필요로 하지만, 그 과정에서 도덕적 갈등을 겪는다. 미란 역시 폭력적인 남편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이처럼 영화는 각 인물들의 입장을 세밀하게 조명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그들의 선택을 이해하게 만든다. 영화의 마지막까지도 관객들은 "만약 내가 그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러한 심리적 접근 방식은 단순한 범죄 스릴러 이상의 깊이를 부여하며, 영화를 본 후에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만든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단순한 범죄극을 넘어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를 담고 있으며, 이를 비선형적 서사와 강렬한 연출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한 작품이다.

배우들의 캐릭터 연기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요소 중 하나는 배우들의 연기다. 먼저, 정우성이 연기한 태영은 한때 잘 나가던 사업가였지만, 빚에 쫓기며 벼랑 끝에 내몰린 인물이다. 정우성은 절망과 욕망 사이에서 흔들리는 태영의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하며, 기존의 카리스마 넘치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보다 현실적인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전도연이 연기한 연희는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캐릭터 중 하나다. 그녀는 과거를 숨긴 채 살아가다가 돈가방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잡으려 한다. 전도연은 냉철하면서도 감정이 폭발하는 연희의 모습을 섬세하게 연기하며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 특히 그녀의 표정 변화와 대사 처리 방식은 관객으로 하여금 그녀의 심리를 깊이 공감하게 만든다. 배성우가 연기한 두만은 평범한 형사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부패한 경찰이다. 그는 돈을 손에 넣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자신만의 생존 방식을 고수한다. 배성우는 특유의 현실감 있는 연기로 두만을 더욱 입체적인 캐릭터로 만들었다. 또한 신현빈이 연기한 미란 역시 주목할 만하다. 그녀는 가정폭력을 피해 도망치며,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한다. 신현빈은 불안하면서도 강단 있는 미란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극에 몰입도를 더한다. 이처럼 영화는 단순한 선악 구도를 배제하고, 모든 캐릭터가 각자의 이유로 행동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인물들을 쉽게 단정 지을 수 없으며, 각자의 선택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된다.

연출과 영화적 의미

김용훈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한국 범죄 스릴러 영화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영화는 화려한 액션이나 단순한 범죄 스토리를 넘어서, 인간의 심리를 깊이 파고든다. 특히 연출 면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비선형적 서사 구조와 미장센의 활용이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관객들이 사건을 직접 조각 맞추듯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방식은 영화 ‘메멘토’나 ‘펄프 픽션’ 같은 작품을 연상시키며, 기존 한국 범죄 영화들과 차별화되는 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영화는 색감과 조명을 활용해 캐릭터들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예를 들어, 연희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차가운 블루 톤이 강조되며, 미란이 위기에 처하는 순간에는 붉은 조명이 사용되어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또한 영화는 제목이 주는 의미를 시각적으로도 잘 표현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라는 제목에서 ‘지푸라기’는 마지막 희망을 의미하며, ‘짐승들’은 생존을 위해 도덕성을 잃어버린 인간을 뜻한다. 실제로 영화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 있으며, 어떤 선택을 하든 결국 파국을 맞이한다. 이는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며, 관객들에게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단순한 범죄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인간이 극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어떻게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또한, 비선형적 구성과 탄탄한 연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어우러지며 깊이 있는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개봉 당시 흥행은 아쉬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영화는 점점 더 많은 관객들에게 재평가되고 있다. 2024년 현재, 이 영화를 다시 감상하며 우리 사회에서 ‘지푸라기’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는 과연 ‘짐승’이 아닌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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